자신의‘운명’을 정복하다

베토벤 5번 교향곡‘운명’

베토벤운명 교향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이 곡의 표제인‘운명’은 베토벤 자신이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라고 설명한 데서 비롯된 별명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 곡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금부터 정확히 200년 전인 1808년,“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로 시작되는 운명 교향곡이 지상에 울려 퍼진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곡에 감동을 하였던가. 이 곡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괴테는 멘델스존의 연주를 들은 후“그저 경탄할 수밖에 없는 위대한 음악이다.”라고 평하였으며, 베토벤을 높이 평가하지 않으려는 르쥐외르가 이 곡을 들은 후“다시는 이런 음악은 작곡되어서는 안 될거야.”라고 말하자 그의 제자 베를리오즈는 “걱정 마세요. 어느 누구도 이런 작품을 쓰지는 못할 테니까요.”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과연 운명 교향곡이 작곡된 지 올해로 200년이 되었지만 아직 이 곡에 버금가는 교향곡은 여전히 발표되지 못하였다. 다만 운명 교향곡을 통해 베토벤이 표출하려던 영감에의 접근을 위해 끊임없는 연주만이 되풀이될 뿐이다.

특히 제 1악장에서‘다다다 다’짧은 음 세 개와 긴 음 하나로 이루어진 처음의 웅장한 동기가 전곡에 걸쳐 나타남으로 해서 전체적인 통일이 이어지는 점 등 작곡기법상의 온갖 방법이 교묘히 쓰이고 있어 작곡자의 탁월한 창작기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운명’이라는 곡명으로 불리지만 서양에서는 그저 ‘C단조 교향곡’이라고만 한다. 그의 제자인 안톤 신틀러가 쓴 베토벤의 전기에“어느 날 베토벤이 제1악장을 가리키면서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라고 하였다.”라는 대목이 있어서 일본에서‘운명’이라는 별명을 붙였고, 그 후 동양에서만 사용된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하튼 이 별명은 당시 자신의 귓병을‘운명의 앙갚음’이라고 생각하던 베토벤이 작곡 노트의 여백에 ‘나 스스로 운명의 목을 조르고야 말겠다.’고 썼다는 일화와 함께 베토벤이 이 곡을 통해 ‘운명’을 정복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멋진 비유라고 하겠다.

이 곡은 베토벤의 귀에 이상이 생기고, 영원한 애인으로 알려진 테레제 브룬스비히와의 헤어짐, 나폴레옹의 침공 등 시련이 겹쳤던 시대의 작품이다. 불과 30여 분 정도의 곡이 지만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 끝에 약 5년 후에 완성되어 후원자인 로브코비치 공작과 라즈모프스키 백작에게 헌정된 곡으로서 착상에서 완성까지 5년이 걸린 대작으로 모든 역경을 딛고 마침내 승리자가 되는 신념이 담겨 있는 곡이다.

제 1악장은 Allegro con brio의 소나타 형식으로 서두는 동기음인 4개의 동일한 음으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베토벤 교향곡 5번은 1악장만이 위대하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다. 2악장부터 4악장까지 1악장에서 보여준 그 운명과도 같은 고뇌가 어떻게 승리와 환희로 이어지는 지가 실은 이 곡의 핵심이다. 제 2악장은 Andante con moto로서 두 개의 주제를 가진 자유롭고 아름다운 변주곡이다. 제 3악장은 Allegro의 스케르쪼 악장으로 1악장의 주제가 다시 나타나 구조의 견고함과 통일감을 준다. 3악장은 끊이지 않고 바로 4악장으로 이어지면서 곡의 클라이맥스를 만든다. 제 4악장은 Allegro의 소나타형식으로 전 악장들의 주제를 여기에 한 번 더 회상시키면서 곡 전체를 유기적으로 확고히 연결시켜 운명을 이겨낸 환희를 표현함에 부족함이 없다.

봄이 시작하는 3월, 개학이다 입학이다 하면서 새로운 다짐들이 많은 이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지를다지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다시금 듣고 싶은 곡이다.

추천 음반

  1.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지휘 베를린 필(DG 1954)
  2. 아르투르 토스카니니 NBC교향악단(1957 BMG)
  3. 칼 뵘 지휘 비엔나 필(DG 1970)
  4.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 비엔나 필(DG 1975)
  5.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DG 1961)

?오재원 교수 _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