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한 송이 꽃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Bb 단조 op.23

차이코프스키떨어진 낙엽과 앙상한 자작나무 가지가 스산한 바람으로 파르르 떠는 만추에, 먼 산 너머로 지는 석양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겨울이 와서 그 낙엽과 가지 위를 흰 눈으로 덮어버렸으면 싶을 정도로 외로울 때가 있다. 이런 때 어울리는 작곡가로 차이코프스키를 꼽고 싶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1840-1893)는 서유럽의 낭만파적 음악기법에 러시아의 민족 정서를 조화시켜 러시아 음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19세기 후반의 대 러시아 작곡가이다. 보친크스에서 태어나 일찍이 상당한 음악적 자질을 보였으나 다른 음악가와 달리 약관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음악교육을 받았다.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러시아 피아노 음악의 거장인 안톤 루빈스타인에게서 관현악법을 사사받으면서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일취월장하던 차이코프스키가 활발하게 작곡을 시작한 것은 1866년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로 재임하면서 부터이다.

그로부터 8년 뒤인 1874년, 그의 나이 34세에 대표적인 곡 중 하나인 피아노협주곡 1번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 곡을 발표한 당시에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모스크바 음악원의 원장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안톤 루빈스타인의 동생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과 그의 동료 교수들이 이곡은 형편없이 조잡하며 구성이 엉성하고 피아노용으로는 가치가 없다고 심하게 폄하한 것이다. 격분과 실망에 휩싸인 차이코프스키는 그에게 헌정하려던 종전 계획을 바꾸어 독일의 피아니스트 한스 폰 뵐로에게 이 곡을 헌정하며 초연을 부탁했다.

1875년 10월, 뵐로가 미국 연주여행 중에 보스톤에서 이곡을 초연했고 청중과 메스컴의 격찬을 받게 된다. 이렇게 외국인의 손에 의해 미국에서 초연된 연주는 그 후 러시아 공연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각국의 피아니스트가 앞 다투어 연주를 하는 불후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하여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조차 자신의 연주를 통해 그 우수성을 인정하게 된다.

제 1악장은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로 총 연주시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장대한 스케일인데 호른이 도입부를 끌어오면 피아노 화음이 따라오면서 곧이어 장중한 주제가 등장한다. 제 2악장은 Andante semplice-prestissimo-Tempo로 현악 파트의 피치카토 반주에 실린 플루트 솔로가 감미롭고 유연한 주제를 제시하면서 피아노의 아르페지오를 거쳐 목관의 선율이 뒤따르고 오봉, 클라리넷, 바순 앙상블이 이어지면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게 된다. 제 3악장은 Allegro con fuoco로 경쾌하고 화사한 색채가 춤곡 주제로 된 론도가 돋보인다.

피아노 솔로가 우크라이나 지방의 마주르카풍 주제를 펼치면서 제 2주제가 바이올린에 의해 나타나게 되며, 이 주제가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마침내 코다에 이르러 음조는 긴장을 더하면서 빛나는 절정과 함께 피날레를 장식한다.

추천 음반

  1. 블라디미르 호로비츠(피아노),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지휘), NBC 심포니(RCA 1943)
  2. 바이론 야니스(피아노), 허버트 맹게스(지휘), 런던심포니(philips 1967)
  3. 에프게니 키신(피아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88)

?오재원 교수 _ 한양대구리병원 소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