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시로 운명을 노래하다

리하르트 스트라우스《네 개의 마지막 노래》中‘9월’

헤르만 헤세 '9월'늦여름이 서서히 물러나고 선선한 바람이 아침저녁에 옷깃 사이로 스며들면 떠오르는 바이올린 솔로의 리듬을 콧노래로 부르곤 한다. 베를린 필의 카라얀이 좋아했던 미쉘 슈발베의 바이올린 솔로로 스트라우스의 마지막 4개의 노래 중‘9월’에 나오는 간주 부분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이 곡은 헤르만 헤세의 낭만주의적 시에 붙인 곡으로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져 짙은 서정성을 그려내고 있다. 화성이나 관현악은 풍부한 색채를 지니고 있고, 목관은 트릴로서 새의 울음소리를 묘사하기도 한다. 슈트라우스 만년의 작품으로 무조성에 가까운 효과를 내지만 그 선율은 묘하게도 더욱 온화한 표정으로 노래하게 된다.

모두 4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곡‘봄’, 두 번째 곡‘9월’, 세 번째 곡 ‘잠자리에 들 때’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녁노을’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첫 3곡은 헤르만 헤세의 시에 가사를 붙였고 마지막 곡은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곡을 붙었다. 세 번째 곡‘잠자리에 들 때’는 헤세가 아내의 정신병에 충격을 받아 자신도 신경쇠약으로 고통을 받을 때 썼던 시를 바탕으로 쓴 곡으로 저음현의 끓어오르는 듯한 전주가 인상적이다.

그는 독일 근대 음악과 지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 말러, 니키쉬와 더불어 19세기 지휘법의 한 전형을 만들어냈던 독일의 대표적인 지휘자이다. 청년시절 그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그너 음악에 심취해 바그너의 영향을 받았으나, 바그너보다도 더 감정적이고 관능적이며 동적이었다. 소프라노 가수와 결혼한 후 오페라‘장미의 기사’에서부터 그의 마지막 작품인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네 개의 마지막 노래》까지 그는 주로 소프라노 영역을 선호하게 된다.

나치가 집권하게 되자‘제국음악부장’으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찬가를 작곡하여 정치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는 그의 며느리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나치를 자극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었으나 그로 인해 전후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20세기 초 음악의 혁명시대에 살았지만 결코 쇤베르크와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개혁 작곡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미학과 양식적 관점에서 본다면, 19세기에 계승한 전통을 그대로 유지시킴으로써 고전주의적 이상을 추구하고 현대적으로 낭만주의의 통합을 실현한 매우 중요한 작곡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노을이 물든 초가을 저녁 하늘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조용히 홀로 음미하고 싶은 곡이다.

추천 음반

  1. 베를린 필(카라얀 지휘), 소프라노-군둘라 야노비치

    (1975, Gramophone)

  2. 런던 심포니(조지 쉘 지휘), 소프라노-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1965, EMI)

오재원 교수 _ 한양대구리병원 소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