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율의 벨칸토 오페라의 보석, 빈센초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

Vincenzo Bellini Opera 빈센초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

낭만주의 예술의 핵심은 광기 어린 천재성이다. 천재성을 타고난 비르투오소적인 예술가들은 세속적인 방식으로는 세상과 소통하지 못했다. 광기로 치달은 등장인물을 통해 그들은 불멸의 예술작품을 탄생시켰다. 젊고 순수한 주인공들이 부당하고 불합리한 세상에 저항도 없이 미쳐버리고 마는 가혹하고 운명적인 전개에 관객들은 감동을 받았다.

로시니,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를 대표하는 벨리니는 프랑수아 앙슬로(Francois Ancelot)의 희곡 <공화파와 왕당파>를 토대로 한카를로 페폴리(Carlo Pepoli) 대본 <청교도>를 1835년 1월 파리 이탈리앙 극장(Theatre-Italien, Paris) 무대에 올렸다.

강약의 폭이 좁은 벨칸토 창법에서 가수는 성량을 치밀하게 조절하고 발음을 분명히 해 빠른 패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계를 아무리 빠른 템포로 오르내리더라도 그 음들 사이를 분명하고 매끄럽게 연결하는 레가토(Legato)가 벨칸토 창법의 관건인 것이다.

오페라 <청교도>는 성악의 선율만으로도 벨칸토 오페라 최고의 보석으로 꼽힌다. ‘아르투로’ 역은 ‘하이 F’의 고음까지 불러야 하는 고난도 테너 배역이고 ‘엘비라’는 여러 번의 실성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연기하며 유연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구사해야 하는 소프라노 배역이다. 조연인 ‘리카르도’와 ‘조르조’ 같은 저음의 가수들까지도 콜로라투라 기교를 소화해야 하는 동시에 깊이 있는 드라마틱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무대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은 오페라 전반에 흐르는 선율의 아름다움과 광기 어린 아리아에 몰입하게 된다.

시칠리아 지방에서 태어난 벨리니는 1824년 로시니의 오페라 <세미라미데>를 보고 결정적으로 오페라에 몰두하게 된다. 활동 초기부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작품을 올리면서 오페라 <해적>을 작곡할 때 만난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와 함께 <노르마>, <몽유병 여인> 등의 히트작들을 발표했다. 유려한 외모와 세련된 매너로 인기를 끌었지만 늘 병약했던 그는 파리로 이주해 이 오페라를 발표 후 34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벨리니의 유작이 되어버린 <청교도>의 내용은 이렇다. 1645년 영국 내전 중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이 이끄는 청교도 공화파군은 왕당파에 승리를 거두자 크롬웰은 스튜어트 왕조의 국왕 찰스 1세를 처형하고 실권을 장악했다. 이 혁명 세력은 영어로 ‘퓨리턴’이라고 부르는 청교도로, 원죄설을 특별히 신봉하는 사람들이었다. 인간이 원죄를 저질러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으니 사는 동안 이 원죄를 끊임없이 속죄하여 구원에 이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청교도의삶은 구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이었으므로, 욕망으로 타락할 수 있는 원초적 죄인인 인간은 항상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려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도덕적 태도를 견지했다. 안식일에는 오로지 하느님을 찬미해야 한다는 성경 구절을 문자 그대로 지켰기 때문에 청교도들이 정착한 미국 뉴잉글랜드에서는 일요일에 청소나 목욕을 해도 처벌받았고 불을 지펴 요리하는 것도 엄금했다. 그래서 토요일에 미리 음식을 해놓았다가 일요일에는 식은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제1막 영국 플리머스 근처 청교도군의 요새

성안에서는 발톤 경의 딸 엘비라의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다. 한편 리카르도는 사랑하는 엘비라와 결혼을 못하게 되어 상심한다. 원래 성주 발톤 경은 그녀를 리카르도와 맺어주기로 약속했지만 그녀가 왕당파인 아르투로를 끔찍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동생 조르조에게서 듣고 생각을 바꿨기 때문이다. 오늘 신랑이 아르투로라는 사실을 조르조가 엘비라에게 알려주자 엘비라는 매우 기뻐한다. 아르투로가 도착해 그녀에게 아리아 ‘사랑하는 이여, 그대에게(A te, o cara, amor talora)’를 부르며 사랑을 확인한다. 스튜어트가의 중요한 여죄수를 런던 의회로 호송하는 책임 때문에 발톤 경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데, 아르투로는 여죄수가 크롬웰에게 처형당한 스튜어트왕조 찰스 1세의 왕비 엔리케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엘비라가 나타나 아리아 ‘나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랑스런 처녀(Son vergin vezzosa in vesti di sposa)’를 부르자 아르투로는 여죄수인 왕비를 말에 태워 요새를 빠져나간다. 리카르도는 그들이 도망치도록 놔둔다. 한편 하객들 앞에서 아르투로가 다른 여인과 도망친 사실을 알게 되자 엘비라는 실성하고 자신이 아르투로와 함께 교회 제단 앞에 나선 것으로 착각하면서 행복했던 나날을 회상하며 아리아 ‘그대 부드러운 음성이 나를 부르고(Qui la voce sua soave)’를 부른 후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아리아 ‘오세요, 내 사랑이여, 하늘에는 달이 떴군요(Vien, diletto, in ciel la luna)’를 부른다.

제2막 성안의 홀

조르조가 나타나 미쳐버린 엘비라의 상태를 성안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리카르도는 의회가 아르투로에게 사형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엘비라가 나타나 실성한 채로 ‘그대의 부드러운 음성이 나를 부르고(Qui la voce sua soave)’를 노래한다. 그녀가 리카르도도 알아보지 못하자 그도 마음이 움직이고, 조르조는 그런 리카르도에게 아르투로가 돌아와야만 엘비라가 살 수 있다며 ‘자네가 연적을 살려야 하네(Il rival salvar tu dei)’를 부른다.

제3막 성 부근

아르투로는 도피 중에 엘비라를 다시 만나고 싶어 요새 쪽으로 몰래 다가오면서 옛날 그녀와 함께 부르던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그때 요새 안에서 엘비라의 노래가 들려오고 두 사람이 재회하면서 그녀는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아르투로가 왕비를 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자 엘비라는 그를 이해하고 기쁨의 아리아 ‘그대를 품에 안으리(Vieni fra queste braccia)’를 부른다. 그때 리카르도가 나타나 아르투로를 체포하자 그녀는 다시 실성하면서 엘비라와 아르투로, 리카르도, 조르조가 함께 사중창 ‘버림받은 줄 아는 가여운 그대여(Credeasi misera)’를 노래한다. 그러나 사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크롬웰의 전령이 달려와 사면 소식을 알리자 다시 정신이 돌아온 엘비라와 아르투로는 뜨겁게 포옹하며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