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 연극의 초석이 된 빅토르 위고의 원작,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

Giuseppe Verdi Opera <Ernani>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에르나니>는 베르디의 다른 작품에 비해 드물게 공연된다. 그 이유는 세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싸운다는 설정과 주인공 남자들이 사랑보다는 명예와 약속에 미친듯이 집착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과 함께 네 주인공 모두가 고난도의 아리아를 불러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이다. 오페라의 대본은 프란체스코 피아베가 썼으며 초연은 1844년 3월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원작인 희곡 「카스틸리아인의 명예(Hernani, ou l’Honneur castelian)」는 1830년 2월 프랑스의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첫선을 보였다.

초연과 함께 이 희곡이 대단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이 작품 속에 고상함과 그로테스크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총 5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각 막에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1막 국왕, 2막 산적, 3막 노인, 4막 묘지, 5막 결혼식). 위고는 서문에서 “고전주의 극의 규범은 이제 깨져야 하며, 새로운 세대인 낭만주의의 새로운 미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멸의 작품을 만드는 것은 바로 관객이라고 주장한 위고는, 공연에서 관객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원작과 오페라의 차이를 살펴보면, 남성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같지만, 위고 원작의 여주인공 도나 솔(Dona Sol)은 베르디 오페라에서 엘비라로 바뀌었다. 연극 제1막은 오페라에서 제1막 2장이고, 연극 제3막은 오페라에서 제2막이며 베르디의 다섯 번째 오페라가 되었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한 <나부코>가 베네치아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무대에 올리는 첫 작품이 되었다. <에르나니> 초연은 <나부코>를 능가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초연된 해에 라 스칼라 극장을 비롯한 이탈리아 15개 극장의 무대에도 올려졌다. 같은 해 6월 빈에서의 공연 그 이후에는 국제적인 오페라로 정착하게 된다.

이 오페라에서도 여전히 벨칸토 오페라의 고난도 성악기교가 가수들에게 요구되지만 연속적인 독창 아리아에서 벗어나 인물 간의 대화를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베르디는 다른 작곡가들보다 한 걸음 앞서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1850년대 그의 다른 최고 인기작들의 특징을 미리 보여주기라도 하듯 주인공들의 갈등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 점과 오케스트라 음악에서도 뛰어난 도약이 이루어졌다.

제1막 제1장 1519년 피레네 산맥 속 산적들의 거처

에르나니는 원래 아라곤의 백작 돈 조반니이지만 지금은 산적 두목이다. 국왕에 반대하는 모반자들이 산속에서 산적생활을 하며 실바 공작의 군대와 싸우는 중이다. 에르나니가 나타나 연인 엘비라가 삼촌인 실바 공작에게 강제결혼을 당하게 되었다고 하자 산적들은 그를 도와 그녀를 납치하기로 한다.

제2장 실바 공작의 성 엘비라의 거처

엘비라는 원치 않는 결혼에 고민하며 에르나니가 와서 자신을 구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유명한 아리아 ‘에르나니, 날 데리고 도망쳐요(Ernani, involami)’를 부른다. 유모와 단둘이 있는 엘비라에게 변장한 국왕 카를로가 찾아와 연인이 되어 달라고 간청한다. 이때 에르나니가 나타나 결투를 신청하자 왕은 거부하고 때마침 방에 들어온 실바가 두 남자를 보고 경악한다. 실바는 칼을 뽑아 두 남자와 싸우려 하지만, 국왕의 시종이 나타나 변장한 사내가 국왕이라고 알리자 왕은 에르나니를 살려 보내고, 실바의 성에 묵겠다고 말한다.

제2막 실바성의 넓은 홀

엘비라는 에르나니가 전사한 줄 알고 실바와의 결혼에 동의한다. 전투에서 목숨을 건졌지만 순례자 차림으로 신분을 숨긴 채 실바의 성에 들어온 에르나니를 보고 오해가 풀린 엘비라는 함께 사랑의 이중창을 노래한다. 실바는 에르나니임을 알고서도 은신처를 제공하는데 국왕이 찾아와 에르나니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지만 실바는 손님에 대한 예의를 주장하며 거부한다. 그러자 국왕은 엘비라를 인질로 데려가고 에르나니가 은신처에서 나오자 실바는 결투를 청하지만 에르나니는 국왕에 대한 복수가 먼저라며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며 실바에게 뿔피리를 주면서 언제든 이 뿔피리를 불면 그때 목숨을 내놓겠다고 약속한다.

제3막 카를 대제의 묘지

모반 음모를 안 국왕 카를로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선출 결과를 기다린다. 한편 모반자들은 국왕을 시해할 자를 뽑는데 에르나니가 그 일을 맡게 되자 실바는 그 권리를 자신에게 달라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예포가 울려 카를로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되었음을 알리자 카를로는 군사를 시켜 모반자들을 체포하고 귀족은 사형, 평민은 감옥으로 보내라고 명령한다. 에르나니는 자신도 세고비아와 카르도나의 군주인 백작이라며 죽이라고 하지만 엘비라가 자비를 간청하자 왕은 모두 사면하고 엘비라와 에르나니를 맺어준다.

제4막 사라고사의 에르나니 궁전

엘비라와 에르나니의 결혼 피로연으로 화려한 가면무도회가 벌어진다. 밖으로 나온 에르나니와 엘비라는 행복에 겨워 사랑의 이중창을 노래하지만, 그때 실바의 뿔피리 소리가 들려오자 에르나니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서 엘비라를 궁 안으로 들여보낸다. 이때 무도회 가면을 쓴 실바가 나타나 에르나니의 목숨을 요구한다. 약을 가지고 돌아온 엘비라는 경악한다. 세 사람은 삼중창 ‘외롭고 비참하게(Solingo, errante e misero)’를 부른다. 실바는 단검과 독약 중 선택하라고 말하자 엘비라는 실바에게 눈물로 애원하지만 그는 냉정하게 거절하고 에르나니는 절망 속에서 칼로 자기 가슴을 찌르고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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