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격차의 사회 관습에 대한 비판적 러브스토리,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루이자 밀러>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루이자 밀러>(Giuseppe Verdi Opera <Ulisa Miller>)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의 비극들뿐만 아니라 독일의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비극도 네 편이나 오페라로 만들었다. 실러의 「오를레앙의 처녀」를 토대로 한 <조반나 다르코>, 「도둑떼」를 기초로 한 <돈 카를로>, 그리고 「간계와 사랑」을 인용한 <루이자 밀러>가 그 작품들이다. 권력자의 횡포와 시대의 부조리에 저항했던 실러 작품들의 개혁성향은 사회의 약자 편에 섰던 베르디에게 작곡의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실러의 「간계와 사랑(Kabale und Liebe)」은 1784년 출판된 비극적 러브스토리다.

귀족의 아들 페르디난트와 시민계급인 악사의 딸 루이제는 서로 사랑하지만 신분의 차이로 반대에 부딪히고, 여주인공을 차지하려는 다른 이의 교활한 방해가 섞여 남녀 주인공 모두 죽게 되는 비극이다.

18세기에는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 ‘시민비극’으로 불린 문학이 유행했는데 부패한 귀족계급이 도덕적이고 선량한 시민계급의 삶에 끼어듦으로써 일어나는 비극을 말한다. 시민비극의 내용은 대개 슬픈 사랑 이야기지만 훗날 정치사회 비판적인 작품들로 발전해나갔다. 「간계와 사랑」의 남녀 주인공은 숭고하고 도덕적이지만 심리적 고통의 극한을 보게 된다. 파토스(pathos)적인 실러 문학에서 파토스는 두 주인공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도덕적 완전성을 추구할 때 발생한다.

원작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가 자신의 세력을 더 확장하려고 아들을 공작의 정부와 결혼시키려고 하지만 이것이 오페라 무대에서는 관객의 분노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베르디는 공작의 정부를 미망인으로 바꿨다. 더구나 남자 주인공과 미망인은 친척 관계이면서 어린 시절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 루이자 아버지의 직업 역시 원작의 악사에서 퇴역 군인으로 변경했다. 오페라에서는 원작의 강렬한 사회비판이 약화되고 두 주인공의 사랑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철저한 악인으로 표현되는 부름은 <오텔로>의 이아고와도 비교되는 인물이다. 부름(Wurm)이란 독일어로 ‘벌레’를 뜻한다. <루이자 밀러>는 오페라 <리골레토>와 <아이다>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모두 부녀관계를 다룬 걸작들이며 신분 차이의 사랑으로 고통받는 딸의 연인을 아버지가 반대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진실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맹세를 한 루이자는 연인이 자신을 독살한 사실을 알고 나서야 그 의무에서 풀려나면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된다. 이런 죽음의 미화는 이승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죽음을 통해 이루려는 낭만주의 예술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제1막

사랑 (밀러의 집) 퇴역군인 밀러의 딸 루이자의 생일파티에서 그녀는 연인 카를로를 기다린다. 카를로는 사실 백작의 아들 로돌포인데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있다. 그와 딸의 사랑을 보며 밀러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마을 영주인 발터 백작의 비서 부름은 밀러에게 루이자와의 결혼을 부탁하는데 그가 답을 피하자 딸의 연인이 발터 백작의 아들이라고 폭로한다. 이에 밀러는 깊이 상심한다. 한편 부름은 백작에게 로돌포와 평민 처녀 루이자와의 사랑을 고자질한다. 로돌포가 오자 백작은 자신의 조카이자 공작 미망인인 페데리카와 결혼하라고 말한다. 성에 도착한 페데리카에게 로돌포는 이미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질투심에 불타 그와 격정적인 이중창을 노래한다.

루이자는 아버지로부터 카를로의 정체를 듣고 놀란다. 신분 차이를 이유로 결혼을 반대한다며 딸을 설득하는데, 로돌포가 나타나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을 호소한다. 그러나 로돌포를 뒤따라온 백작은 아들을 꾸짖고 루이자를 매춘부라며 수감하라고 하자 로돌프는 아버지의 비밀을 폭로 하겠다며 협박한다. 밀러는 모욕감을 느끼며 발터에게 격하게 대든다.

제2막

간계 (밀러의 집) 밀러는 백작 모욕죄로 감옥에 갇혀 있다. 부름은 루이자에게 밀러의 사형이 곧 집행된다고 말하며 ‘로돌포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를 유혹하려 했으며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부름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자기에게 써야만 아버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심리적 고통 속에서 아버지를 구할 일념으로 거짓편지를 쓰며 절규한다. 부름은 발터에게 루이자의 편지를 로돌포에게 전했다 고 보고하고 페데리카의 의심을 풀기 위해 루이자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곧 페데리카가 들어오고, 루이자가 나타나 로돌포가 아니라 부름을 사랑한다고 말하자 페데리카는 안도감을 느끼며 크게 기뻐한다. 어떤 이가 나타나 루이자가 부름에게 편지를 전해 달라면서 로돌포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기에 수상해서 가져왔다며 로돌포에게 말한다. 편지를 읽은 로돌포는 루이자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믿고 슬픔과 분노에 차서 부름에게 결투를 청한다. 발터 백작은 그에게 루이자와의 결혼을 허락한다. 그가 루이자가 배신했다고 말하자 발터는 페데리카와 결혼하여 그녀에게 복수하라고 말한다.

제3막

독약 밀러가 석방된 후 루이자는 아버지 밀러에게 자살하겠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루이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간곡하게 애원하고 함께 멀리 떠나기로 한다. 그녀가 기도하고 있을 때 로돌포가 찾아와 독약을 몰래 포도주병에 타놓고는 부름에게 보낸 편지를 정말 당신이 썼느냐고 묻는다.

비밀을 지키기로 맹세한 그녀가 어떨 수 없이 그렇다고 답하자 그는 포도주를 마시고 루이자에게 건네준다. 격렬한 설전을 벌이다가 로돌포가 둘 다 독약을 마셨다고 털어놓자, 그녀는 모든 것이 부름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두 사람이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죽어갈 때 밀러가 들어와 경악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고, 발터와 부름도 달려오자 그녀는 로돌프의 팔에 안겨 죽음을 맞이하고 로돌포는 최후의 힘을 다해 부름을 칼로 찔러 죽인 뒤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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