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상 최초로 노래의 감정을 오페라에 담다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오페라 <오르페오>

Claudio Monteverdi Opera <Orfeo>

르네상스 말기인 1570년경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문예 부흥운동이 한창이었으며 각지에 ‘아카데미아’라고 일컫는 모임이 많이 생겨나 예술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였다. 예술 애호가이자 후원자인 조반니 데 바르디 백작의 피렌체 저택에서도 작곡가, 가수, 시인, 사상가 등 당대의 예술가들이 모인 ‘카메라타 피오렌티나’라는 모임이 결성되었다. 백작을 비롯해 줄리오 카치니, 피에트로 스트로치, 자코포 페리,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아버지인 빈첸초 갈릴레이 등이 모임에 참여했다. 이들은 예술과 음악, 극작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당시 음악은 가사에 종속된 것이었다. 즉 예술의 참다운 실현은 지적인 시를 세련된 방법으로 면밀히 표현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음악은 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작품’이라는 뜻의 오푸스(Opus)의 복수형인 오페라(Opera)는 음악과 극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 무대예술로 완성되기까지 당시에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페리는 모임의 성과를 토대로 1597년 최초의 오페라인 〈다프네〉, 1600년 〈에우리디체〉를 발표했고, 카치니 또한 1602년 〈에우리디체〉에 곡을 붙였다. 그리고 이들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몬테베르디가 1607년 〈오르페오〉를 발표한다. 그는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강렬한 감정을 오페라에 담아냈고 더불어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자리 잡지 못했던 오페라 형식에 강한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것이 최초의 이탈리아 오페라가 탄생한 배경이다.

 
〈오르페오〉는 만토바 공의 결혼 축하연을 위해 알렉산드로 스트리찌오의 시에 곡을 붙여서 쓴 작품으로, 정상급 성악가들과 합창단, 무용단, 대규모 관현악단 등을 고용해 호화스럽게 공연되었다. 몬테베르디는 〈오르페오〉를 통해 음악의 위대함을 표현하려 했다. 등장인물들이 ‘음악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였으며 표현력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무엇보다도 가사의 미묘한 느낌을 음으로 표현하는 데 음악적으로나 극적으로나 뛰어난 기법을 보였다. 풍부한 관현악과 정교한 성악으로 음악이 가사에 종속되는 것에서 과감히 탈피해 더 나아갔다.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의 원형에 충실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태양의 신 아폴로와 뮤즈 파르나소스의 아들인 오르페오와 그의 아내 에우리디체의 이야기가 서막과 5막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서막 음악의 신은 “아름다운 선율로 괴로워하는 영혼을 평온하게 하고, 고상한 분노와 사랑으로 얼어붙은 영혼들을 녹일 수 있다네”를 노래한다.

 
제1막 들판의 아름다운 정경 님프와 양떼들이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사랑을 축복하는 즐거운 합창과 춤을 베푼다. 오르페오는 에우리디체를 얻은 행복을 노래한다. 에우리디체도 이에 화답하며 또 다시 합창과 현악이 연주되면서 목가적인 평화로움이 한층 우아함을 더한다.

 
제2막 제1막과 같은 아름다운 들판 신포니아가 연주되고 오르페오와 양치기들의 즐거운 노래가 더해진다. 하녀가 나타나서 에우리디체가 독사에게 물려 죽었다는 비보를 전한다. 오르페오는 아리아 ‘나의 생명인 당신은 죽고’를 노래하고 황천으로 가서 그녀를 찾겠다고 맹세한다.

 
제3막 황천으로 가는 강 희망의 여신이 나타나서 오르페오에게 격려하지만 뱃사공 카론테는 그를 냉정하게 대한다. 이에 대해 여러 신에게 호소하는 오르페오의 독창 ‘힘찬 정령들이여’가 나온다. 이 애절함에 마음이 움직인 뱃사공은 깊은 잠에 들고 그 사이에 오르페오는 강을 건넌다. 신포니아가 기쁘게 울리고 정령들의 합창이 인간의 승리를 찬양한다.

 

제4막 황천 오르페오의 노래에 감동 받은 황천 여왕 프로세르피나는 황천 왕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 것을 애원하고, 이에 왕의 마음이 움직여 세상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는다면 에우리디체를 돌려보내도 좋다고 허락한다. 정령들의 기쁨의 합창과 오르페오의 독창이 나온다. 그러나 그는 애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뒤돌아보고 만다. 정령들의 힐책하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황천으로 향하는 에우리디체는 탄식하고 오르페오는 최후의 이별을 고한다. 신포니아가 연주되고 정령들이 ‘오르페오는 지옥에서 승리하고 자기 마음에 패배했다’고 노래한다.

 
제5막 황천 오르페오의 아리아 ‘산도 슬퍼하고 바위도 눈물짓네’가 전반에 흐른다. 규모가 큰 이 아리아는 메아리를 흉내 내어 노래하는 독특한 효과를 낸다. 여기에 애절한 산울림의 에코효과가 더해진다. 이윽고 아폴로가 나타나서 절망에 빠진 오르페오를 위로하면서 천국으로 함께 돌아가자고 말한다. 아폴로와 오르페오는 이중창을 부르고 양치기들의 피날레 합창이 이들을 전송한다. 이 합창은 스페인의 춤곡 양식인 모레스카풍의 리듬으로 되어있다. 오르페오의 승천을 전송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양치기들 머리 위로 막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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