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지팡이에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면

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Wilhelm Richard Wagner Opera <Tannhauser>

원제 <탄호이저와 바르트부르크의 가창대회>인 <탄호이저>는 1845년 완성한 작품으로 바그너를 유럽 음악계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앞으로 그의 작품들이 나갈 방향을 곳곳에서 암시하고 있다. 이 오페라를 계기로 바그너는 이전의 이탈리아 형식 오페라를 완전히 탈피하게 된다. 이전의 작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사용되었던 각각의 아리아들을 배열순서에 따라 일련번호를?매겼던 형식을 떨쳐내고 자신만의 독특한 형식을 찾게 된다.

또한 주인공의 독창이 중심인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을 뛰어넘어 음악, 연극, 무대, 연출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통일되는 새로운 독특한 형식을 창출하였다. 장면마다 음악의 시작과 끝이 구분되지 않고 시종일관 끊임없이 연결되며 극의 내용이 아리아나 레치타티보 때문에 단락별로 끊어지지 않으면서 유기적으로 결합되게 함으로서 극의 시적인 형상을 더 강조하게 된다. 일명 ‘유도동기(Leitmotif)’를 시도하여 오페라의?음악극 형식을 넘어선 미래예술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탄호이저는 1515년 <단하우저(Danahuer)>라는 민요에 나오는 1200년경 독일 전설의 서정적 음유시인이다. 그는 베누스에 유혹되어 세속적인 쾌락에 빠져 살지만 곧 참회하고 죄를 용서받기 위해 로마순례를 떠난다. 교황은 그런 탄호이저에게 자신의 지팡이에 잎이 나올 때까지 죄를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낙담한 탄호이저는 비너스 궁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얼마 후 교황의 지팡이에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교황은 사신을 보내 탄호이저를 백방으로 찾지만 그는 다시 발견되지 않는다. 이 전설은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게 된다. 바그너는 탄호이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인물을 그리고 있다.

제1막 베누스베르크 산속의 베누스 궁전 기사이자 음유시인인 탄호이저는 하루 종일 베누스의 무릎에 기대어 주색에 빠져 있다.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공을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키는 사이렌들의 노래가 산에 울려 퍼진다. 반복되는 향락에 권태를 느낀 탄호이저는 지상의 세계를 동경하기 시작한다. 베누스는 좀 더 다른 향응을 즐기자고 유혹하지만 탄호이저는 떠나려하고, 베누스는 결국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발트부르크의 계곡 평화스러운 대지를 바라보며 탄호이저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십자가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드린다. 이때 순례자의 행렬이 로마를 향해 지나가자 그는 이들을 따라 가기로 다짐한다. 이때 그의 동료 기사 볼프람이 와서 탄호이저가 떠난 이래 영주의 조카딸 엘리자베트는 실의에 빠졌으며, 영주는 다가올 노래 경연에서 우승자를 그녀의 약혼자로 내정하기로 하였다고 알려준다. 그러자 탄호이저는 다시 발트부르크로 되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들은 서로 흥겹게 어울리며 호른 소리에 맞춰 길을 떠난다.

제2막 발트부르크의 성안 음유시인들이 모여 있다. 엘리자베트가 등장하여 아리아 ‘노래의 전당’을 부르자 볼프람이 탄호이저와 함께 다가간다. 탄호이저는 엘리자베트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재회와 기쁨의 이중창을 부른다. 이때 엘리자베트를 짝사랑하던 볼프람은 ‘단념의 노래’를 부른다. 영주가
나타나 노래 경연 개막을 선포하면서 엘리자베트는 노래 경연의 우승자와 결혼하게 된다는 것을 공표한다. 그녀는 속으로 그가 탄호이저이기를 기대한다. ‘축제행진곡’이 트럼펫의 웅장함과 함께 울려 퍼지며 음유시인들이 차례로 사랑의 기쁨을 표현하는 노래를 부른다. 첫 번째 순서로 볼프람이 ‘볼프람의 아리아’를 부른다. 이어 탄호이저가 관능적인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베누스에 대한 찬미로 이어지자 청중들은 술렁대기 시작하고 격분한 기사들은 칼을 빼어든다. 그 스스로 베누스를 찬미하며 베누스베르크에 있었다는 것을 폭로한 것이다. 기사들이 탄호이저를 죽이려 할 때 엘리자베트가 간곡히 청원하자 탄호이저는 자신의 과거를 후회한다. 영주는 그에게 로마 성지순례를 명한다. 계곡에서 순례자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탄호이저는 그 순례자의 무리 속으로 들어간다.

제3막 십자가 앞에서 순례자들이 ‘순례자의 합창’에 맞춰 행진을 하고 있다. 로마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다. 기도를 하고 있던 엘리자베트는 기뻐하며 그 무리 속에서 탄호이저를 찾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다. 실망한 엘리자베트는 그가 죄를 용서받는다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겠다는 아리아 ‘엘리자베트의 기도’를 부른다. 볼프람은 죽어가는 그녀를 굽어 살펴달라며 별에게 기원하는 아리아 ‘저녁별의 노래’를 부른다. 이때 지친 탄호이저가 나타나 교황 앞에서 용서를 빌었지만 교황은 자신의 지팡이에 잎이 돋고 꽃이 피어야만 용서받을 수 있다며 아무리 참회한다 해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볼프람은 엘리자베트가 탄호이저의 마음을 되돌려서 베누스의 유혹을 그에게서 지워버린다면 용서받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때 엘리자베트의 장례행렬이 지나간다. 탄호이저는 “성스러운 엘리자베트여, 나를 위해 기도해주오”를 외치며 그녀 옆에서 죽어간다. 그때 순례자의 일행이 꽃이 핀 교황의 지팡이를?가져온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탄호이저의 구원을 알리는 합창이 울려 퍼지면서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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